▲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을 단독 예방하고 있는 장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라는 가짜뉴스가 퍼진 바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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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그 막대한 영향력
최 근년 들어 전 세계는 가짜뉴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라는 가짜뉴스가 퍼진 바 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의 자료에 따르면 이 기사는 전체 공유 수가 96만 건에 달했고, 급기야는 교황이 직접 아무도 지지하지 않았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뉴스와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라는 기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슈가 된 가짜뉴스이다.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가짜뉴스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를 의심하거나 비서실장이 북한에 로비했다는 등 일부 보수층의 입맛에 맞는 유튜브 영상과 채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유튜브를 사용하는 비율은 중장년층인 4, 50대가 50%를 웃돌며 높은 수치를 보였다. 그중에서도 뉴스 소비를 위해 유튜브를 시청하는 비율은 ▲20대 8.6% ▲30대 10.7% ▲40대 15% ▲50대 16.3%로 4, 50대가 가장 높았다. 일각에서는 유튜브가 이미 중․장년층의 대안 언론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들이 무비판적으로 유튜브를 소비하는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과연 어떠한 요인이 유튜브를 대안 언론으로 만들었으며, 왜 중․장년층은 가짜뉴스에 이토록 취약한 것일까.
그들만의 '대안 언론', 유튜브
Reuters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뉴스를 얼마나 신뢰하냐”라는 질문에 한국인의 신뢰도는 22%로 최하위를 차지했다. 각각 1, 2, 3위를 차지한 핀란드, 포르투갈, 덴마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뉴스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시청한 적이 있는가”라는 조사에 한국인의 응답률은 40%로 38개 조사국 중에 4위를 차지했다. 이는 조사 대상국 평균인 26%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기존 언론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증가하면서 더는 TV 뉴스나 종이신문에만 의존하지 않게 됐다. 결국 기존 언론을 대체할 그들만의 '대안 언론'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것이다.
나스미디어는 사람들의 인식 조사를 토대로 '온라인 동영상 시청 플랫폼 TOP 5'를 선정했다. 그중에서 유튜브가 89.4%로 1위를 차지했고 ▲네이버TV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옥수수가 뒤를 이었다. 유튜브는 다른 플랫폼에 비해 그 이용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높은 유튜브 이용량의 주요 원인으로 쉬운 접근성이 꼽힌다. 접근성을 시청자로서의 접근성과 업로더로서의 접근성 두 가지로 분류해 직접 비교를 진행했다.
시청자에게 유튜브는 모든 동영상을 볼 수 있는 '보물 창고'와 같다. 유튜브 동영상링크를 한 번만 클릭하면 영상을 바로 시청할 수 있었다. 회원가입을 따로 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동영상 시청 플랫폼 TOP 5에 선정된 인스타그램의 경우는 달랐다. 링크를 통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몇 초 지나지 않아 회원가입을 하라는 창이 뜬다. 이 창이 화면을 막아서 영상을 계속 볼 수 없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였다. 업로더의 입장에서 유튜브는 회원가입 절차도 쉽고 내 채널만 만들면 어떤 동영상이든지 올릴 수 있는 구조였다. 반면에 동영상 시청 플랫폼 2위인 네이버TV는 채널을 만들 때 콘텐츠 소개를 상세하게 적어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해야 했다. 심지어 네이버 측의 승인을 받아야 채널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유튜브는 그야말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창구이다. 다른 동영상 시청 플랫폼과 비교해보니 그 차이는 더 명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점 때문에 유튜브는 뉴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층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인터넷과 거리가 먼 중․장년층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중․장년층에게 인터넷은 어려운 대상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클릭 한 번이면 되는 쉬운 유튜브는 더없이 매력적인 '대안 언론'인 셈이다.
중장년층, 그들의 유튜브 소비는 특별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은 중장년층이 유튜브를 소비하는 방식은 다른 세대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들은 신세대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뉴미디어를 스마트폰 보급을 통해 경험했고, 신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유튜브를 소비한다. 이런 소비특성은 중장년층이 가짜뉴스에 취약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중장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콘텐츠를 소비할 때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뉴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능력이 낮아 뉴미디어인 유튜브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자정 능력이 약하다. 그들이 뉴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일방향성 미디어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중장년층은 신문, TV 등에서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정보를 대부분 신뢰하며 소비해왔다. 그 정보들은 데스크에서 꼼꼼히 검토되어 나름의 공신력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는 그렇지 않다. 신속성 및 자극성을 요구받기에 정보의 공신력은 보장받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은 뉴미디어 속에서 성장해왔기에 이러한 뉴미디어의 생태를 잘 안다. 이른바 디지털 제트(Z) 세대이다. 이들은 현재 10대·20대로, 일명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릴 만큼 디지털 문화에 친숙하다. 고등교육 계획기관인 Rickes Associates의 릭스 박사는 “제트 세대가 개인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SNS를 신중하게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뉴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제트세대에 비해 중장년층은 가짜뉴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장년층은 유튜브 이용시간이 가장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와이즈앱의 '안드로이드 앱 사용시간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2019년 4월 기준 유튜브를 101억 분 동안 사용했다. 이는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며,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인 10대의 89억 분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젊은 세대의 상징으로 보였던 유튜브는 사실상 중장년층이 점령한 것이다.
세대별로 관심사가 다른 만큼, 유튜브 소비 콘텐츠 장르는 세대별로 다양하다. 보통 대부분 세대는 음악, 미용 등 취미 위주로 유튜브를 소비한다. 그러나 중장년층은 다른 세대에 비해 두드러지는 콘텐츠 장르가 있다. 바로 뉴스다. 나스미디어가 발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주요 온라인 동영상 시청 장르가 뉴스라고 대답한 비율은 ▲10대 8.6% ▲20대 15.6% ▲30대 27.6% ▲40대 36.5% ▲50대 이상 52%로 연령층이 높을수록 수치가 높았다.
이처럼 중장년층은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그중에서도 뉴스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대이다. 이는 중장년층이 그만큼 가짜뉴스를 접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어지는 조회 수 누적은 인기 동영상 및 추천 동영상 등의 유튜브 시스템을 통해 가짜뉴스를 공유 및 확대하는데 기여한다.
중장년층과 유튜브, 그리고 가짜뉴스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튜브 이용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가운데, 이 같은 최대 규모의 동영상 플랫폼에 퍼져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시청과 업로드에 대한 쉬운 접근성은 유튜브를 더욱 매력적인 대안 언론 플랫폼으로 만들었으며, 리터러시 능력이 낮은 중장년층은 가짜뉴스에 더욱 취약했다. 중장년층의 압도적인 동영상 뉴스 소비 비율과 이용시간에 대한 지표는 이러한 중장년층의 취약성을 잘 대변한다. 이 같은 유튜브와 시청자의 특성, 그리고 지표는 팩트뉴스가 아닌, 일부의 유튜브 가짜뉴스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과 위험성이 커서 향후 많은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필자/대학생 정책연구단체 The Movement(TM). 김재형, 우지은, 이규리 T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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