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터를 잡았으나 누대에 걸쳐 향백(鄕伯) 하나 출사를 못 시킨 무지렁이 반농반어(半農半漁)의 빈한한 김 씨 가문이 있었다.
농투성이로 살다 겨울에 갯바위에 나가 김 톳 다시마를 뜯고 건져 살던 육남매의 막내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조롱했다. 3끼 밥도 못 먹는 주제에 흥부새끼마냥 줄줄이 사탕이니 김 첨지는 제명에 못 살 것이란 풍문이 돌았다.
기우였다. 오남매가 거름과 김매기에 책볼 시간이 없었지만 굳이 고사리 손 어린 막내까지 들판에 불러내지 않았다. 미군이 준 우유 푸대 요소비료 마분지에 긁적거리더니, 막내의 선생이 애비를 불렀다. “무불통지요 사통팔달이니 인근의 대도시로 유학을 권했고, 게다가 장학생이니 친척 잠자리만 구하면 된다는 채근이었다.
부모와 다섯 남매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우리가 손톱 빼 막내를 출사시켜 가문의 삼백년 한을 풀자는 데 흔쾌히 의견일치를 보았다.
누나 형들이 학교에서 먹지 않고 가져다주는 옥수수 빵과 전지분유로 막내만은 알밤 삼키는 다람쥐요 매 맞은 방어본능으로 복어마냥 귀공자 용모를 키워갔다.
세월이 흘러 읍내에 장원 졸업 상경 후 스카이를 넘본다는 소문에 이 집안 식구들은 땀과 쑤시는 삭신을 마다않고 기쁨의 찬가가 항상 울타리 안을 맴돌았고, 그간 세경살이로 비루먹은 강아지마냥 눈치 보던 애비는 괜히 헛기침을 동네 고삿길에 흩뿌리고 다녔다.
지역구를 떠나 상경해서 대입고사를 치른 끝에 가까스로 스카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의 학교에 과 장학생으로 다닌다는 소문에 김 씨 가문은 백년 만에 찾아온 가문의 경사가 다 막내의 굿 브레인 탓으로 섬기듯 말끝마다 ‘난 누구의 애비요 에미요 형이요 누나라’ 큰소리치기 일쑤였다.
눈이 예닐곱번 내린 뒤에 고관대작의 공직과 대기업을 마다하고 노동현장에서 데모꾼으로 전락했다는 데에 가족과 고향의 농투성이들은 좌절과 실망을 하께 했다.
그러나 반전은 있는 법. 그 데모꾼이 경남 부호의 딸과 결혼하여 데릴사위로 만석꾼 외동딸의 사위로서 장차 먹고 사는 데엔 누대에 걸쳐 걱정 없을 것이란 풍문이 나돌았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변호사 의사 회계사는 아니 됐어도 느닷없이 국회의원에 나가겠다면 고향을 찾은 그를 지역민들은 금의환향 개선장군으로 섬겼다.
게다가 그가 농사꾼 어부 노동자를 위한 지도자란 말을 듣고 선 정도령이 환생한 것쯤으로 밀어 4선에 이르는 길을 충심으로 터줬다.
이런 기대완 달리 제국(수신제가 후 치국평천하의 두 글자를 따 딸 닷 되를 주고 고개 넘어 애비가 빌어온 이름)은 처가가 있는 서울시 강남 압구정동으로 보쌈사위를 마다하지 않았다.
자고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낸다는 고래의 선각자 정치꾼들의 조언이 맞는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제국의 돈키호테식 노동운동가로서의 위상이 신문에 오르락 거리자 강남의 마담뚜들에게 걸려 미국 유학을 갔다 온 홍대 이대 파티 걸 외동딸의 사위로 낙점된 것이다.
거기까지는 제국의 인생은 앞길이 훤히 터진 걸로 만 이웃이 여겼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 클로베의 베틀이라 단 하나 있는 딸이 홍대의 준 여신으로 소문이 자자하고 공부보단 낯짝이 빤빤하여 단 한번 키스하다가 죽어도 좋다는 소문이 풍문으로 돈 것처럼 미지의 비너스였다.
용모는 비너스요 머리는 외가를 닮아 강남 지키다가 졸부가 된 외할아버지 잠실 누에치기 농사꾼 닮아 도무지 학업의 진척이 없고, 삼류대학이라 사위의 권위에 먹칠할 것으로 여겨 일찌감치 유학을 보냈는데 아슬아슬한 대마초 파티까지 이르게 된 행실을 애간장을 녹였다.
제2의 IMF 경제 상황임에도 삼대에 걸쳐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 제국에게도 시련이 다가왔다. 하나밖에 없는 여식이 직장 없이 식충이로 살면서 성형미인으로 시간이나 닳아가게 산다는 사실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래 직장 발에 담갔다가 그만 두더라도 커리어우먼 행색을 해야 된다. 이런 제국의 바램에도 중소기업마저 낙방할 실력이니 밤잠을 못 이루었다.
결심했다. 밥 한 끼 먹자는 데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공기업 회장의 비리도 적당히 알고 국감에서 보자 하니 제 발로 호텔을 잡아 커피나 한잔 하자고 고갤 숙였다.
제국은 자신이 저지른 흰 봉투 하나가 가문의 삼대에 걸친 오욕을 가져다 줄 줄 모르고 선듯 건넸다.
애물단지 외동딸은 얼마지 않아 백화점에 가서 온갖 명품 백과 구두를 샀고, 제복만 입으면 될 일이었고, 신의 직장에 합격하고 말았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격. 탄로 났다. 경찰과 경찰이 덤벼들었고, 재집권의 길에 실정으로 궁지에 몰린 집권당 줄서기 공안권력은 가차 없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았다.
제국은 실망했고 낙담한 나머지 죽고 싶었으나 끝내 변명하기로 결심했다. 심증을 넘어 물증이 차고 넘치는데도 그는 궁지에 몰인 쥐처럼 고양이에게 대들었다.
대세는 이미 글러먹었고, 알밤 문 다람쥐 화난 복어 같던 얼굴이 날로 수척해져 갔다. 이런 외로운 마당에 동무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제국은 스스로 안위했다. 박근혜 이명박 최순실에 이어 집권당의 대통령이 총애하던 낙마한 장관마저 투옥될 것이라는 풍문에 자신은 작은 과실로 치고 남들은 국사범으로 내몰면 손톱만큼 남은 자존심은 지키리라 각오하면서 출근길 기자들 질문에 헛기침부터 내세우며 더 큰 도둑놈들이나 잡으라고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정치 8단으로서 초조함을 짐짓 감췄으나 속은 숯 검덩이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여의도 노조 언론 공기업 할 것 없이 이런 쥐새끼들이 들끓고 있다는 풍문이다. 내년 4,15 총선에선 이런 이상한 정치인들 50% 이상을 물갈이해야 민심에 퍼지는 나쁜 균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더러운 오물 덩어리형 정치인들을 내년 총선에서 다 자르고 내버립시다! samsohun@hanmail.net
*필자/이래권, 작가. 칼럼니스트. 루키스카이다이빙스쿨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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