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감한 재정풀기는 왜 문제인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자기가 벌은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어

이길원 박사 | 기사입력 2019/11/27 [12:29]

정부의 과감한 재정풀기는 왜 문제인가?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자기가 벌은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는 없어

이길원 박사 | 입력 : 2019/11/27 [12:29]

정부는 최근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부어넣기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1930 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가 과감한 재정지출을 통해 수요창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케인즈의 이론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 주장을 경제학자가 아닌, 일반이 이해할 수 있는 관점에서 그 타당성을 살펴보자.

재정을 과감히 푼다는 것은 결국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돈을 쓰자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을 풀어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 어렵게 살아가는 계층을 위하는 좋은 목적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하겠지만 실상은 선거의 표심을 사기 위한 정략이나 정권의 지지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그 내면에 자리 잡고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 비록 동기가 순전히 경제의 활성화와 빈곤계층을 위한 소득 재분배에서 출발하드라도 그 결과는 반드시 애초에 시도하던 것과는 거리가 먼, 때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인 경우가 숱하게 있다.

 

 

▲ 이길원  박사.    ©브레이크뉴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자기가 벌은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는 없다. 빚을 내서라도 더 많이 쓸 수 있겠지만 그것은 물론 일시적인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누구든 자신의 수입 범위 내에서만 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 날 정부는 이런 보통사람의 기본적 상식과는 달리 원하면 수입에 제한을 받지 않고 얼마든지 돈을 쓰는 것이 가능하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우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세금을 더 걷는 방법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내년 예산을 513.5 조를 편성함으로써 전년 대비 9.3%의 정부지출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관련 법률의 개정과 대국민 설득이 필요하고 납세자인 개인과 기업의 부담능력이 미치지 못하거나 조세저항이 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에게는 천만다행으로 이들을 피하면서 지출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국체발행을 통해 돈을 꾸는 방법이다. 증세와는 달리 이 방법은 입법이나 납세자의 조세저항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매우 편리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차입한 금액에 대한 이자와 만기에 원금을 갚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과 기업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앞에서 설명한 증세에 비해 정부 입장에서는 목적달성에 훨씬 쉬운 방법이 된다. 그러나 발행된 국채가 민간에 의해 모두 인수되지 않을 경우 추후에 설명하는 바와 같이 중앙은행의 개입에 의해 통화량 증가현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방법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경제현상을 알기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당분간 돈을 거래의 매개물로만 인식한다. 즉 내가 생산한 상품 혹은 서비스, 노동력을 돈을 받고 팔아서 그 돈으로 내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은 곧 내가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주고 대신 내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교환으로 얻는 물물교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세금을 늘리는 것은 곧 정부가 내가 생산한 것을 대가 지불 없이 일방적으로 뺏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물론 국방, 치안, 대규모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 민간이 할 수 없는 역할을 정부가 하고 그 대가로 세금을 거두는 것으로 그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겠지만 정부의 조세부과는 민간의 거래처럼 판매자와 구매자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거래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정부가 강제적으로 내가 생산한 것을 빼앗아가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국채발행을 이용한 차입은 나중에 설명하는 것처럼 흔히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내가 가진 돈의 가치를 떨어트리기 때문에 이 것 역시 내 것을 정부가 뺏어가는 것과 하등 다름없다.

 

이제 부터 증세를 통하든 차입을 하든 정부가 이 돈을 사용하고 난 다음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가를 알아보자.

증세에 의한 정부의 재정풀기는 그 목적이 공무원의 처우개선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복지의 확장 같은 목적으로 쓸 때 이 것은 정부가 민간이 생산한 것을 뺏어서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소득재분배를 결과한다. 특히 증세는 기업에게는 투자를 통해 생산을 늘리게 하는 재원, 즉 자본축적을 더디게 하여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증세가 특정분야의 소비를 줄이는 결과가 될 때는 그 소비재를 공급하는 산업 분야의 수요를 감소시켜 그 분야 제품의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개인과 기업을 어렵게 한다.

 

다음으로 정부가 증세로 확보한 자금을 특정분야의 경기 진작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를 보자. 예컨대 공공시설(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 건설 등)을 발주하는 경우다. 공공시설 발주에 정부가 세금을 살포하면 토목, 건설 산업 분야의 수요를 창출하여 이 분야는 호황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증세로 인하여 민간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소득재분배 역할을 하거나 기업의 투자재원을 감소시켜 경제성장에 장애를 준다. 만약 정부가 세금 살포를 통해 투자한 토목, 건설 등 사회적 인프라 공사가 결과적으로 그 타당성이 결여되면 투자한 만큼의 국가의 자원이 낭비되는 결과가 된다.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예타 면제 조건의 사회적 인프라 투자는 그래서 일부 산업 분야의 일시적 호황의 대가로 일반의 소비감소, 기업투자의 위축을 불러일으키고 결국은 투자한 만큼의 희소한 자원을 낭비하는 위험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증세를 통한 재정확보의 문제점을 피하고 손쉽게 재정풀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편리한 방법이 바로 이미 언급한 국채발행을 통한 재원확보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음으로 이 경우에 발생하는 정치, 경적적인 문제점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자.

정부가 국채를 발행, 민간이 인수하면 결과적인 통화량은 변동이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국채발행은 민간인수 대신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시중은행이 국채를 인수하게 된다. 이 경우는 없던 돈을 찍어내는 결과가 된다. 물론 정부의 국채발행이 아니더라도 시중은행은 부분지불준비금 제도(fractional reserve system)에 의해 민간에게 대출을 해 줄 경우에 신규의 통화, 즉 예금통화(bank deposit)를 발행하게 되지만 국채의 발행은 중앙은행이 개입, 시중은행의 통화발행의 근거를 더 많이 제공하기 때문에 없던 돈을 대량으로 발행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시중은행은 새롭게 발행한 예금통화를 사용하여 국채를 인수하고 이자와 함께 만기에 원금을 상환 받으면 그 발행된 통화는 유통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정부는 세수입으로 만기에 원금상환을 하는 대신 원금에 해당하는 신규 국채를 발행함으로써 한 번 발생한 국가부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따라서 통화량은 쉬지 않고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신규통화 발행에 의한 적자 재정지출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아마 짐작을 하겠지만 가장 뚜렷한 변화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다. 미세스(Ludvig Von Mises)의 주장에 의하면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물가의 상승이 아니라 통화량 증가 그 자체를 의미한다. 주류경제학자들이 인식하는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물가의 상승이지만 모든 상품이 동시적으로 그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는 없다. 인플레이션 현상은 생산이 증가하기 전에 통화량이 먼저 증가하기 때문에 새로이 발행된 돈을 먼저 쓰는 분야의 물품가격이 먼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것의 경제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새롭게 발행된 돈을 먼저 사용하는 개인과 기업은 아직 물가가 오르기 전에 그 돈을 사용하기 때문에 풀린 돈이 돌고 돌아 물가가 이미 인상된 다음에 그 돈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기업에 비해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풀린 돈을 먼저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득을 보는 만큼 이 돈을 나중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대가를 지불하게 되는 소위 부의 재분배 현상으로 귀결한다.(Cantillon 효과)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잡는다고 호언하지만 끊임없는 정부의 재정 풀기는 현행통화제도 하에서 결국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폭등으로 귀결된다. 이런 여건에서 가장 두드려지게 이득을 보는 계층은 이미 언급했듯이 신규로 발행된 통화에 먼저 접근하는 정부, 금융기관, 대기업, 부동산 투자자, 담보능력이 있는 부유층, 등이다. 이들 계층의 부가 축적되는 만큼 그 대가를 일반 서민이 부담하게 되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정부의 재정풀기가 그 중요한 원인의 하나를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음으로 발생하는 보다 심각한 문제는 통화량의 증가로 인하여 발생하는 일시적 호황이 소위 말하는 좀비기업 탄생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신규통화가 어떤 분야에 먼저 사용이 되면 이 분야는 갑자가 호황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점차 그와 연관된 다른 산업분야로 파급되어 언뜻 보기에 경제가 호황으로 전환하는 느낌을 준다. 이런 현상은 생산량의 증가가 아닌, 통화량의 증가에 의한 인위적인 호황이지만 이에 기초하여 기업가는 장차 필연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물가인상은 고려하지 않는 채 투자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 결과 나중에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진행될 경우, 그 사업은 타당성이 없어지게 되어 소위 말하는 좀비기업의 탄생과 파산의 원인을 제공한다. 좀비기업의 파산으로 경제가 불황으로 국면전환을 하게 되면 은행은 금리인상 및 대출금 회수 등을 단행하고 이는 좀비기업을 선두로 하는 기업의 파산, 경기침체로 연결되고 기업의 파산은 실패한 투자만큼 부가 낭비되는 결과로 발전한다. 이리하여 이제 점차 경제는 전반적인 불황의 국면에 빠지게 된다. 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통화량 증발로 연결되면 다시 호황 국면으로 전환, 이어서 같은 이유로 불황을 맞게 되는 현상이 오스트리아 경제학파가 주장하는 호황, 불환의 경기 순환론(boom-bust economic cycle)이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시작으로 전 세계가 경험한 숱한 금융, 기술, 부동산(1999년의 dot.com bubble, 2008sub-prime mortgage) 위기와 같은 경기변동이 이 주장을 증명하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풀기가 오늘 늘 날 우리가 당면한 경제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결론적으로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풀기가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는커녕 장차 통화량 증발로 훗날 발생하는 재앙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내년도 예산은 세수 부족으로 60조 이상의 국채를 발행한다고 한다. 1923년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한 장면을 소개한다. 회사가 아침에 공장의 생산직원들에게 그날의 임금을 지불하면 미리 연락을 받은 부인들이 와서 그 돈을 받아 무엇이든 구입했다는 것이다. 저녁이면 그만큼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었다. 개인의 건강이나 재산관리가 절제를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재정 관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절제와 신중을 기하는 것이 필수다. 더구나 집권연장을 위한 포퓰리즘 목적의 재정풀기를 한다면 이는 결국 국민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필연성이 있는 만큼 이것은 국가지도자가 절대 기피해야 할 덕목이다. 방만한 통화증발을 통한 경제운용으로 파산지경에 돌입한 베네주엘라를 비롯한 남미의 여러 국가들을 보라. 물물교환 시대에서는 거래가 성립하기 위한 상품의 수요는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존재를 필요로 했다. 즉 돈이 아니라 우선 무엇이든 생산을 먼저 하는 것이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된다. 돈을 찍어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은 교환으로 줄 상품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개인의 상품을 가겨오는 것과 같다. 돈을 찍어내어서라도 경기진작을 위한 투자재원의 확보와 정부의 과감한 시장개입을 금과옥조로 하는 케인즈 경제학은 더 이상 경제난국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자. andrewkwlee@naver.com  

 

*필자/이길원, 경영학 박사. MBA-American Graduate School of International management. 영남대학교 객원 교수. Finance Director-한국화이자(주) CEO-BBX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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