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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이민자 손녀의 할아버지 고국 방문 동행기

<동행 르포>해외 거주 한인과 관련한 동포들과의 여러 인연을 찾아서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박채순 박사 | 기사입력 2019/11/29 [09:15]
사회
멕시코 이민자 손녀의 할아버지 고국 방문 동행기
<동행 르포>해외 거주 한인과 관련한 동포들과의 여러 인연을 찾아서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박채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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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11/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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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4월 4일 대한제국 말기에 1,033명의 한인들이 “묵서가(멕시코)에서 4년만 일하면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는 말을 믿고, 제물포에서 일포드(Ilford)호를 타고 미지의 땅 멕시코로 향했다. 영국 브로커가 일본인 인력송출회사를 통해서 미국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7,000여명을 보냈고, 사탕수수 농장에서 인력이 필요치 않자 멕시코의 에네켄(henequén: 엑센 가시가 솟은 2미터 크기의 용설란 종류로 선박용 밧줄을 만드는 데 사용) 농장으로 이주 시킨 것이다. 그들 중에 김수봉이라고 불리는 서울 출신 9살짜리 소년도 그의 아버지와 함께 고국을 떠났다. 일행은 일본을 거쳐서 40여일 만에 멕시코 내륙지방을 경유하여 멕시코 남동부 유카탄 반도의 메리다(Merida)지역에 있는 22개 에네켄 농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좌로부터 박채순문영숙 작가돌로레스신은미 관장김동근 학예사.  ©브레이크뉴스

▲  김재기 교수와 유동현 인천시 시립박물관장 등과.     ©브레이크뉴스

좌로부터 신은미 관장돌로레서박채순.     ©브레이크뉴스

 

그들은 현지의 혹서와 다습한 작업 환경 속에서 언어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열악한 조건에서 계약된 4년 동안의 아침부터 밤까지 17시간 노예와 같은 생활을 견뎌내야 했다. 4년의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1910년 일본이 한국을 강제로 합병하여 돌아갈 조국이 없어져서 여권도 경비도 없었는데 다 한국과 연락도 두절된 상태가 되었다.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현지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고된 노동을 계속해야만 했다. 김수봉 소년은 아버지가 사고로 일찍 돌아 가고 혈혈단신(孑孑單身)이 되어 에네켄 농장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었다.

소년 김수봉은 이 농장에서 저 농장으로 전전하면서 현지인들에게는 이름도 없이 이리와 아저씨로 불리었다. 그가 25살 되던 해인 1921년 유가탄의 시골에서 농장으로 이주해와서 심부름 하던 마야(Maya)족 인디언 출신 15세 소녀와 결혼을 하게 된다. 당시 그의 족보를 찾거나 가져올 수 없었던 신랑 김수봉은 수사노 가르시아(Susano Garcia)라는 성과 이름으로 멕시코에 도착한지 16년 만에 가정을 이루게 된다. 김씨가 가르시아라는 성으로 바뀌게 되는데, 주위의 스페인계 사람들이 많이 쓰는 가르시아라는 성을 따서 혼인 신고를 한 것이다.

 

 

수사노 가르시아는 인디언계 부인과의 사이에 6남매를 두었고, 88세까지 모진 인생을 살다가 1984년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한다. 수사나의 자손은 오늘까지 80명으로 늘었다. 김수봉과 함께 떠났던 1,033명 중 살아남았던 분들의 자손들이 멕시코 전역에 3만 여명으로 늘어서 대부분 한인 정체성을 잃고 현지인화 되어 생활하고 있다.

수사노 가르시아 손자들 중 왜소한 인디언 체구와 한인의 얼굴이 조금 베어있는 돌로레서 가르시아(Dolores Garcia)가 그의 뿌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멕시코 국립 기록원, 선박회사의 선승일지와 각종 매스컴을 뒤져서 할아버지와 증조 할아버지의 족적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마침 한인들이 이민 초창기부터 돈을 모아서 마련한 한인회관 건물을 개조하여, 2005년 한인이민 100주년을 맞아 한인이민박물관 건립위원회를 만들었고, 2007년 이민사 박물관을 개관하였다. 회계사로 일했던 돌로레스는 할아버지 족적을 연구하면서 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했으며, 2018년에는 이민역사를 많이 아는 그녀가 제3대 박물관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물론 관장 혼자 근무하는 박물관이며 한국 정부에서 년간 지원해 주는 7,500불 중 그녀는 매월 350불 정도의 급료를 받는다. 한인이민사박물관에서는 유물과 각종 서류의 전시, 자료 수집과 기록 보존 그리고 한인 후손들과 현지인들을 초대하여 여는 한국 관련 세미나 등을 개최하면서 한인 후손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돌로레스 가르시아 관장은 인천광역시립으로 중구 월미도에 위치한 한국이민사박물관(관장 신은미)의 초청으로 20일부터 25일까지 한국을 방문하였다. 도착 첫날인 20일부터 재외한인학회(회장 김재기 교수)가 주최동국대학교에서의 동포관련 학술세미나에 참석하였고, 21일에는 국가편찬위원회를 찾아서 할아버지 등 멕시코 이민자들의 족적을 살펴보고 국사편찬위원회와 멕시코 한인 이민사 박물관이 상호 협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22일에는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마련한 멕시코쿠바 특별전에서 멕시코 이민자와 할아버지에 관련한 특별강연을 했다. 이 강연은 정남대학교 김재기 교수와 돌로레스 그리고 통역을 맡은 본인이 멕시코 이민과 관련된 내용을 발표했고 질의를 받고 응답을 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박물관을 찾아 이 특별강의를 들은 많은 분들이 관심 있게 지켜 보았고 멕시코 이민자들의 삶과 후손들의 모습을 생생한 증언을 통해서 듣고 안타까워했다. 이 자리에는 유동현 인천광역시 시립박물관장과 에네켄 아이들이라는 소설을 쓴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 문영숙 이사장도 함께 해 주었다.

 

 

23일에는 경복궁과 한국민속박물관을 방문 했다. 24일에는 강화도 평화전망대를 찾아서 남북한의 분단 현실을 직접 보기도 했으며, 최초 천주교 성당 등 강화도의 유적지를 들로 보았다. 또한 오후에는 김포시 아트홀에서 있었던 꼬꾸메 풍물단 공연을 관람하여 한국의 전통 예술을 만끽하는 등 할아버지 고국의 여러 모습을 돌아 보았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늘 뜰에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저 큰 별이 내 어렸을 적에 한국에도 있었다.”라고 하면서 한국에 계실 어머니와 형제들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25일 인천 공항을 떠나면서 돌로레스는 할아버지 대신 114년 만에 찾은 할아버지 고국은 매우 감동적이었으며, 멕시코에 돌아가서 한국과 멕시코의 교류와 할아버지 조국과 문화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돌로레스 가르시아 박물관장을 초청한 인천의 한국이민사박물관의 신은미 관장과 김동근 학예사가 지극한 정성을 쏟아 돌로레스의 할아버지 고국에 대해 소개하고 두 박물관의 계속적인 교류를 다짐하였다. 신관장은 더운 지방에서 온 돌로레스에게 도착하자마자 추위를 견딜 본인의 의복을 주었고, 마지막 날에는 10여명에 이르는 돌로레스의 손자들을 위해 본인 아이들의 옷 등을 모으고 구입해서 돌로레스에게 선물도했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부정이나 직무태만을 나무랄 때에, “내가 낸 세금을 낭비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이번 돌로레스의 방문에 함께 하면서 현장에서 수고하는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봉사를 볼 수가 있어서 매우 흡족했다. 왜소한 체구의 한인 3세가 아마 할아버지 고국의 훈훈함을 이 공무원들을 통해서 충분히 느끼고 돌아갔을 것이라고 느꼈다.

 

향후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과 관련한 동포들과의 여러 인연을 찾아서 많은 교류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필자/박채순

 

정치학박사(Ph.D). 민주평화당 김포시을 지역위원장. 민주평화당 재외국민위원장.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객원연구원 역인2016~2017). 아르헨티나 국립 라 플라타 대학교 객원교수 역임(2014~2016)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연구위원. 월드코레안 편집위원. 복지국가 society 정책위원. () 대륙으로 가는길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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