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찍어내는 것을 부의 창출로 혼동하는 정부

지난 7년간 우리나라 통화량(M2)은 약 60% 증가

이길원 박사 | 기사입력 2020/01/13 [14:30]

돈을 찍어내는 것을 부의 창출로 혼동하는 정부

지난 7년간 우리나라 통화량(M2)은 약 60% 증가

이길원 박사 | 입력 : 2020/01/13 [14:30]

▲ 이길원 박사.     ©브레이크뉴스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 즉 부(wealth)를 그 돈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은 부와 같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혹은 다분히 표심을 의식한 과도한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돈을 푼다. 즉 돈을 찍어낸다. 무엇을 생산하기 위해 사람들은 매일 출근하여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자영업자들은 식당 혹은 가게에서 하루 종일을 보낸다.

 

이런 사람들이 힘들게 벌은 돈이나 정부가 찍어낸  돈 모두는 부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같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에겐 정부가 마치 부를 생산하는 것처럼 보인다. 생산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은 돈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에겐 보다 좋은 보수를 받게 되거나 사업에 성공하는 것만큼 부러운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그들에겐 원하면 언제든 돈을 찍어낼 수 있는 정부가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현행통화제도는 정부로 하여금 국채발행을 통한 통화 창출, 즉 무(無에)서 돈을 확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과 민간처럼 자신들이 부를 창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민간 역시 정부가 부를 창출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모든 동식물은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하루 종일 움직이고 활동하며 먹이를 구하는 일을 하며 이것은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우리 인류도 원시 시대에는 다른 동식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주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어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인류는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하지만 19 세기 이래 자본주의 시장경제 제도가 정착된 이후 서구와 미주 및 아시아 각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현저히 줄어든 유아사망률, 평균수명의 연장, 그리고 양호한 영양 상태를 누리고 있는 것이 오늘 날의 현실이다. 이런 발전은 부의 생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며 이것은 인간의 이기심을 인정하는 기업 활동의 자유, 자본의 축적 및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경제성장의 덕분이다.     


인류문명의 이런 발전은 그러나 보장된 것이 아니고 우여곡절의 과정을 겪어 왔다. 역사는 평등화를 주장한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성공한 사례가 없음을 증명하고 있지만 이 주장은 정치적 이념으로 포장되어 지지 세력의 획득에는 마술적인 힘을 가졌기 때문에 과거 구 쏘련을 비롯한 동유럽과 아시아를 지배했고 북한과 같은 공산독재 국가, 베네주엘라를 비롯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이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기서 잠간 돈이 어떻게 발명 되었는가를 살펴본다. 인류는 원래 생존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자급자족의 수단으로 확보했다. 그러다가 각자가 처한 여건과 능력에 대한 비교우위의 이점을 인식하게 되어 자연스레 분업체제를 갖게 되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애초에는 물물교환이었다.

 

그러나 이 물물교환은 교환의 파트너가 서로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가치와 필요한 시기가 일치하지 않으면 교환이 불가능하게 되어 사람들은 우선 자기의 물건을 누구나 필요로 하는 곡식, 소금, 담배 등으로 교환한 다음 그 것을 자기가 필요로 하는 것과 교환 하였다. 그런 교환의 매개물 중에서 운반, 보관, 계량이 쉬운 귀금속, 즉 금과 은이 궁극적으로 화폐의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금본위 통화제도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에 의한 금과 달러와의 태환 포기가 선언된 이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는 정부가 돈을 찍어내는 명목화폐(fiat money) 통화제도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미 언급한 것처럼 사람이 소비하는 것은 지폐나 은행계좌에 숫자로 표시되어 있는 돈(은행예금, bank deposit)이 아니고 실제로 먹거나 입거나 편히 쉴 수 있는 집, 각종 문화적 상품과 서비스이다. 이런 실물, 즉 부를 생산하는 일은 남북 전쟁 당시의 미국은 남부 연합국의 경우 노예가, 조선 시대에서는 노비가, 중세의 유럽에서는 농노가 주로 담당했다. 그리고 현대의 시장경제체제 하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분업에 의거하여 기업인, 자본가, 회사원, 자영업자 등 각종의 직업인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물산이라고도 일컫는  부의 창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역사를 통해서 배운다. 조선시대의 일등 계급인 선비들은 천민인 백정을 천대했지만 그들이 잡아 조리한 고기는 맛있게 먹는 모순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 물산을 장려하지 않고 성리학적인 도덕관과 그 가치를 더 존중하고 사화와 정쟁으로 허송하던 선조의 조선 시대, 이웃 일본에서는 영주들 사이의 물산과 군사력 경쟁이 생사를 가르던 전국시대였다. 이 시대를 통일한 왜의 침략에 조선이 준비 없이 처절하게 당하던 역사적 현실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지난 7년간 우리나라의 통화량(M2)은 약 60% 증가하였으며 이는 매년 7% 정도의 증가로 경제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치는 현 실정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에 의한 이런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막대한 통화증발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통화량 증발에 의한 인플레이션, 특히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벌어지는 빈익빈 부익부의 소득재분배(Cantillon 효과) 현상과 통화량증가가 주는 착시효과로 인한 타당성 없는 좀비기업의 탄생, 일시적 호황에 이은 불황의 경기변동과 이로 인한 기업의 파산, 그리고 연이은 급격한 실업자의 발생 등의 사회적 문제는 명목화폐 통화제도가 주는 가장 큰 피해이다.(필자가 쓴 정부의 과감한 재정풀기는 왜 문제인가? http://www.breaknews.com/694367 참조)

 

정부에 의한 이런 명목화폐의 대량 발행은 불행하게도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은 피해가 당장은 눈에 띄지 않고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대중은 그 심각성을 모른다. 권력을 장악한 정치세력은 이런 손쉬운 통화창출에 의하여 무분별한 복지지출과 평등화 실현에 초점을 맞춘 사회주의 경제정책의 유혹을 쉽게 받는다. 그 결과는 정부에 의한 기업 활동의 자유 억압과 경제원리에 역행하는 시장개입, 또한 친 노조 반 기업정서의 확대로 나타나며 그 결과 국가와 국민은 점점 가난해 진다.

 

경제적으로 풍요한 사회의 건설을 지향하는 정부라면 당리당략을 떠나 이런 무분별한 돈 찍어내기를 자제해야 한다. 정부가 돈을 마음대로 찍어내는 것이 가능한 이런 명목화폐 통화제도는 불행하게도 오늘 날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 제도가 불러오는 가공스러운 폐해를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andrewkwlee@naver.com

 

*필자/이길원, 경영학 박사. MBA-American Graduate School of International management. 영남대학교 객원 교수. Finance Director-한국화이자(주) CEO-BBX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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